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반대 논리는 분명하다.
“세금이 붙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설탕세가 도입되면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논리는 중요한 지점에서 멈춘다.
모든 소비자가 동일한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인지,
아니면 특정한 소비 구조에만 비용 신호가 붙는 것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설탕세는 전체 식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끌어올리는 제도가 아니다.
설탕을 많이 넣은 제품에만 세금 부담이 붙는다.
그 결과 같은 진열대 안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고당 음료와 고당 디저트는 상대적으로 비싸지고,
저당·무가당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 변화는 특히 가난한 계층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값싸고 달기만 한 가당 음료와 고당 식품은
선택지가 제한된 사람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
신선한 식재료를 꾸준히 구매하기 어렵고,
시간과 비용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값싼 제품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설탕세가 도입되면 구조가 달라진다.
고당 제품은 가격 인상 압력을 받는 반면,
저당·무가당 제품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선택지로 남는다.
이는 소비자를 벌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방식에 가깝다.
기업의 반응은 더 명확하다.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에서 기업들은 빠르게 계산을 끝냈다.
설탕을 그대로 많이 사용해 세금을 내는 것보다,
설탕 사용량을 줄이는 편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가격 인상만으로 버티기보다는
제품에 들어가는 당 함량을 즉각 줄이고,
저당·무가당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설탕세를 시행 중인 여러 국가에서
현실로 확인되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설탕세 도입 이전, 멕시코에서는 값싼 가당 음료가
물보다 쉽게 소비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었다.
그 소비는 특히 저소득층과 젊은 층에 집중됐고,
당뇨와 비만으로 인한 건강 피해 역시 특정 계층에 더 많이 쌓여 갔다.
설탕세 도입 이후, 가당 음료 소비는 눈에 띄게 줄었고
그 감소 폭은 오히려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설탕세의 효과가
건강 인식의 변화가 아니라 가격 신호에 의해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탕을 많이 사용해 이윤을 얻은 쪽은 기업이었지만,
그로 인한 질병의 비용은 개인과 공공 의료 시스템이 떠안아 왔다.
치료비는 개인의 부담이 되었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누적됐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각자 알아서 덜 먹으라”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설탕세는 새로운 부담을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발생하고 있던 비용을 보다 정확한 지점에 환수하는 제도에 가깝다.
설탕세의 핵심은 소비자를 처벌하는 데 있지 않다.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정책도 아니다.
설탕을 많이 사용해 이윤을 만들어 온 구조에 비용 신호를 주고,
그 결과 시장에 더 나은 선택지를 늘리는 제도적 장치다.
결국 설탕세는
소비자를 벌주는 세금이 아니라,
기업의 행동을 바꾸고 시장의 방향을 조정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지금까지 선택권이 가장 제한돼 있었던 사람들이다.
설탕세 도입을 소비자 부담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이 구조 전체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지금 필요한 논의는
누가 더 많이 부담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비용을 책임지는 것이 공정한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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