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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 120여 개 국가는 설탕세를 선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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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경제인 2026. 2. 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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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멕시코의 설탕세 시행 이후 음료 가격과 선택 변화
프랑스와 멕시코에서 설탕세 도입 이후, 설탕 함량에 따라 음료 가격과 소비 선택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

 

설탕세 논의가 나올 때마다 늘 따라붙는 말이 있다.
“실험적인 정책이다”, “과도한 규제다”, “시기상조다”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비켜 간다.
설탕세는 더 이상 실험 단계의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과다 섭취 문제를 공식적으로 경고한 이후,
현재 전 세계 120여 개 국가가 이미 설탕세 또는 이에 준하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멕시코처럼 보건 정책에서 앞서 있는 나라들뿐 아니라,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들까지 이 흐름에 합류했다.

이 국가들이 공통으로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설탕 과다 섭취로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방치할 경우,
그 비용은 결국 국가 재정과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는 판단이다.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보험 재정, 공공의료 시스템, 노동 생산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비용이다.
설탕세는 이 문제를 단속이나 금지가 아니라,
비용을 만들어내는 구조에 비용을 되묻는 방식으로 접근한 정책이다.

 

-프랑스는 왜 설탕세를 선택했는가

프랑스는 설탕세를 도입하면서 복잡한 이론을 앞세우지 않았다.
방식은 매우 단순했다.
제품에 들어간 설탕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부과한다는 원칙이었다.

같은 음료라도 설탕 함량이 낮으면 세금 부담이 거의 없거나 미미했고,
설탕을 많이 넣은 제품은 병 하나당 추가 세금이 붙었다.


이 차이는 곧바로 기업의 계산서에 반영됐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고,
마진으로 흡수하면 이익이 깎인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선택한 해법은 하나였다.
설탕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 덜 단 제품이 늘어났고,
저당 음료는 특별한 건강식이 아니라 일반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왜 설탕세를 선택했는가

멕시코는 설탕세의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국가 중 하나다.
비만과 당뇨 문제가 심각해지자,

멕시코 정부는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일정 금액의 세금을 직접 부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복잡한 기준이나 예외 없이,

설탕이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였다.

결과는 단순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의 가격이 오르자, 소비는 곧바로 줄었다.
특히 가당 탄산음료와 고당 음료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그 변화는 젊은 층과 저소득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캠페인이나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이 바뀌자 선택이 바뀐 것에 가깝다.

기업의 반응 역시 빨랐다.
기존처럼 설탕을 많이 쓰면 세금 부담이 커졌고,
그 부담은 곧바로 원가와 마진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기업들은 설탕 사용량을 줄이거나,
저당·무가당 제품을 내놓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 사례는 설탕세가
소비자를 벌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시장에 분명한 가격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기업의 행동과 소비자의 선택을 동시에 바꾸는 정책
임을 보여준다.

 

강제로 금지하지 않아도,
도덕적 훈계를 하지 않아도,
비용이 붙는 순간 시장은 스스로 방향을 바꾼다.

이 논리는 대기업 음료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설탕을 많이 쓰는 구조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같은 계산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동네 카페를 떠올려 보자.
A 카페는 케이크를 만들 때 설탕을 비교적 적게 쓰고,
B 카페는 단맛을 강조하기 위해 설탕을 많이 넣는다고 가정해 보자.

 

설탕 자체에 세금이 붙는 구조라면,
A 카페는 B 카페보다 설탕을 덜 구매하게 되고 그만큼 세금 부담도 적다.
반대로 설탕을 많이 쓰는 B 카페는
설탕을 더 자주, 더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매입 단계에서부터 세금 비용이 누적된다.

 

이때 선택지는 세 가지뿐이다.
세금을 그대로 감당하거나,
마진을 줄여 버티거나,
아니면 설탕 사용량을 줄여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해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이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덜 달게 만드는 편이 더 이익이 되는 순간
제품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설탕세는 소비자를 벌주기 위한 세금이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대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윤을 만들고 있는가를 묻는다.

설탕을 많이 써서 더 잘 팔고,
그 과정에서 건강 문제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면
그 비용의 일부를 이윤이 만들어진 지점에서 환수하자는 논리다.

 

이미 세계 120여 개 국가는
설탕 과다 사용을 개인의 자기관리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그 비용이 너무 커졌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확인했다.

그래서 이들은 선택했다.


금지도 아니고, 훈계도 아닌,
가격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신호를 통해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방식
을 말이다.

 

대한민국이 이제 이 논의를 시작한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세계는 이미 같은 질문을 던졌고
이미 답을 선택한 나라들이 훨씬 많다는 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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