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편 〈수도권에 몰린 데이터센터 — 한국 전력망은 왜 가장 위험한 구조인가〉에서 이어집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왜 전력망에 부담이 되는지 살펴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안심하게 되는
‘재생에너지 100%’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차분히 풀어봅니다.
요즘 뉴스나 광고에서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100%로 운영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럼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깨끗하게 쓰고 있겠네?”
하지만 여기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100%라는 말은, 전기를 어떻게 썼는지를 말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은 하루 24시간 멈추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밤에도, 비 오는 날에도, 쉬는 날에도 계속 전기를 씁니다.
이때 데이터센터로 들어오는 전기는 태양광 전기만이 아니라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와 다른 전기들이 전력망에서 섞인 상태로 들어온 전기입니다.
즉,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전기만 골라서 쓰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여러 종류의 전기가 섞인 전기를 사용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1년 동안 사용한 전기 양을 계산해 보니 10만 MWh입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자기가 쓴 전기 양인 10만 MWh만큼의 재생에너지가 만들어지도록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돈을 지불하고 회계 처리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실제로 100% 쓴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쓴 전기만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을 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100%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재생에너지 100%는 지금 쓰는 전기가 전부 재생에너지라는 뜻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을 그만큼 분담했다는 뜻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전기만 쓴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쓴 전기만큼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100%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재생에너지 생산에 돈을 냈다면, 좋은 일 아닌가?”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남습니다. 이 재생에너지 100% 계산 방식은 전력망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을 냈더라도 밤이나 비 오는 날에도 계속 전기를 써야 합니다. 그 순간에는 태양광 전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력망은 화석연료나 다른 발전소 전기로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해야 합니다.
즉, 장부에서는 재생에너지 100%일 수 있지만, 현실의 전력망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 전기가 필요하고 부담이 남아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실제로는 매우 많은 양의 화석연료 전기를 계속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재생에너지 100%라는 계산이 성립해도, 데이터센터는 밤과 비 오는 날, 한겨울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필요한 전기는 결국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에서 나옵니다.
즉, 재생에너지 생산에 돈을 냈다는 이유로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비용은 재생에너지 쪽으로 분담했지만, 현실의 에너지 소비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보면 재생에너지 100%라는 말은 문제를 없앤 표현이라기보다, 문제를 잠시 가려 두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데이터센터와 전력 문제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문제가 왜 계속 반복되는지, 그 이유를 더 깊이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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